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jenniekim0520

우리가 Austin 에 오게 된 이유

"우리도 이런 곳에 살면 좋겠다. 그치?"

온 세상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멈춰진 2020년 여름, 결국 학교도 문을 닫았다. 우리가 일하는 방송국은 예외없이 더 바빠졌고, 율하가 가야할 학교는 문을 닫았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. 하루 이틀도 아니고, 언제 끝날지 모르는 도시, 아니 온 세계의 정체된 상황에 율하를 어스틴에 사는 친한 지인의 집에 보내기로 결정했다.

매 주 지친 몸을 이끌고 율하를 보러 달라스에서 어스틴으로 달렸고, 또 다시 주말의 끝을 잡고 달라스로 돌아 오길 몇주 동안이나 계속했다. 학교가 다시 문을 열때 까지 였으니, 여름 한 계절을 그렇게 오갔던것 같다.

돌아오는 길, 창밖으로 보이는 우거진 숲의 나무를 보며, 치홍에게 말했다. '우리도 이런 곳에 살면 좋겠다. 그치? 그런데 우린 그럴 수 없잖아.'

그 때 우린, 아니 나는 일을 그만 두고 새로운 결정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할 일이었다. 그런데, 이 때 였던것 같다. 하나님이 마음을 들으시고, 움직이기 시작하셨던 것이. 기도의 자리도 잊고, 예배의 회복도 놓치고, 사명도 뒤로 한채 채찍질 맞은 말 처럼 일에 매여 멈출 줄 모르고 달리던 우리의 그 작은 읊조림 한 마디를 하나님은 기억하셨다.

"하나님, 살려주세요..."

그 해 겨울을 보내고, 2021년 봄이 왔다. 백신이 출시 되었고, 서서히 마스크를 끼고 사람들은 활동을 재개 하기 시작했다. 부활절이 다가왔고, 율하는 꼭 에그헌팅에 가고 싶다고 했다. 여전히 사람이 그립고, 북적임이 먼 이야기 같던 그 맘때였으니 외면 할 수 없는 율하의 부탁에 정말 오랫만에 교회로 가서 성전에 앉았다.

아버지의 집에 왔는데, 왜 그리 어색한지. 예전엔 걸어다니는 곳곳이 성전이요, 하늘만 바라봐도 웃음이 나고,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아빠에게 이야기 하는 딸이었는데...집 나가 길 잃은 딸 처럼 털석 주저 앉아, 노트에끄적였다. '하나님, 살려주세요...'

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. 밀린 이야기도 너무 많았거니와, 말문이 막힌지 오래였고 내 영의 빛이 살아있는지 조차 의심 되는 상태였다. 들으실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고, 어쩌면 들으실까봐, 불안했던것 같기도 하다. 내가 만들어 둔 우스운 모래성이 부서질까봐 겁이 났던것 같다.

하지만 역시, 하나님은 들으셨다. 그리고 움직이셨다.

2021년 7월 9일 Austin 으로 이사하다.

나는 일의 노예였다.

나는 사람의 노예였다.

나는 꿈의 노예였고, 나 자신의 노예였다.

그렇게 되었으면 안되는거였다. 나는 노예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이니까.

하나님은 내가 의식 하지도 못하고, 의도도 계획도 없이 한 부르짖음과 신음을 들으시고 모든 것을 멈추셨고, 만 7년동안 영혼을 탈탈 털어 일했던 방송국을 떠났다. 어디로 가야하고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른채 멈추심에 순종하고 발을 내딛었다. 절대 양보하지 않으시겠다는 하나님의 마음이 크게 다가왔기에, 준비되지 않은 앞 길에 대한 막막함은 느껴지지도 않았다.

그렇게, 무엇을 '하기 위함'이 아닌, 하나님과 다시 '함께 걷기'위해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왔다.


벌써 달라스를 떠나온지 만 3년이 되었다. 3년 동안 우리는 숨어있는 많은 숲 길을 걸었고, 새 노래를 불렀다. 펼쳐진 하늘을 마음에 담고, 계절마다 바다로 산으로 나가 뛰고, 또 만끽했다. 건강한 일터를 경험하게 하시고, 섬길 수 있는 사람들과 예배의 처소를 허락하셨다. 먹고 마시고 입는 일에 걱정하지 않도록 풍요롭게 우리를 돌보셨다. (채우시는 것 이상으로 먹었다는 소문이 있음 Woops 띠로리~) 모래와 흙이 섞인 채반을 물에 담궈 살살 흔들며 조개와 진주를 걸러내듯, 그렇게 섬세하게 우리를 다루셨다.


모든 것을 멈추셨던 그 날, 나는 다시 꿈꾸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. 하지만 결국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를 지으신대로 회복시키시고, 그 회복안에서 다시 꿈꾸게 하신다.

이제 하나님안에서 품은 소망과 꿈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기에, 나는 자유하다.

도대체 하나님이 나의 기도를 들으시냐고 묻는 누군가가 있다면, 꼭 말해주고 싶다.

정말 귀 기울여, 마음 다해 듣고 계세요.


율하와 인사하고, 어스틴에서 달라스로 올라오던 그 어떤 주말, 창 밖 35번 도로 넘어 펼쳐진 무지개

사랑과 공의의 심판 후 펼쳐지는 하나님의 약속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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